행복씨를 퍼버법으로 수면교육을 시작한지 3일째다.
첫날은 이게뭔가 하고 그냥 잠들었고 둘째날부터는 자기 싫다며 눕히려는 낌새만 보이면 싫어싫어 한다.

아기를 눕혀놓고 나와서, 아기가 우는데 들어가지 않았더니 쑥쑥이가 '아이, 아이' 하면서 행복씨방으로 막 달려가 방문을 열고 본인이 달래주겠다며..

못하게 했더니 제가 더 서럽게 운다
아 귀여워 ㅠㅠ
너희 앞으로 평생 그렇게 우애좋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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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며 2015. 01. 11.

 

이 글의 제목은 노래 뮤지컬에 맞춰 가사를 불러야 한다. 여행이 끝나고 난뒤~♪

그렇다. 여행이 다 끝났다.

여행 막바지에 이르자 잘 버텨주던 양말들은 이제 할일을 다 했다는 듯이 딱 두켤레만 남겨놓고 죄다 구멍이 나버렸다. 남은 두켤레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구멍이 나려나..

여행기간동안 들고다닌 보약과도 같았던 한식도 다 먹었다.

가족에게 드릴 선물도 샀고, 돌아가서 들을 잔소리와 한국식 삶에 뛰어들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다.

 

지금은 이렇게 여유 만만이지만 처음 여행을 시작할때는 두려웠다.

큰맘먹고 시작한 여행인데, 수천만원짜리 돈지랄로 끝나게 될까봐.

내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채 '일년 자알~ 놀았다' 정도로 여행을 마무리하면 안된다는 부담감에 새로운 장소에 갈때마다, 도시를 옮길때마다  여기서 나는 무엇을 보고 느꼈는가를 생각하고 기록하기 위해 노력했다.

 

두세달이 지나고 나서, 정말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는걸 깨달았다. 나는 연수를 온게 아니고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딱히 고민하지 않아도 새로운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생활방식은 신선한 자극이 되었고, 그 시간들이 누적되면서 여행은 공부가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달까..

 

역설적이게도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알게된건 나 자신인것 같다.

오랫동안 험한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타고 스무시간씩 이동을 할때 문득문득 과거가 튀어나와 생각을 붙잡았다. 여행지에서 다양하게 만나는 당황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볼때도 그렇다.

치졸하고 쪼잔하고 부끄러운 과거의 나를 지워버리고 싶다가, 찌질했던 과거의 내가 쌓여 지금의 내가 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가서 다시 살아보라면 되돌아가고픈 생각은 없지만, 과거와 같은 찌질함은 반복하지 않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지.

 

반면 서방님은 도대체 흠잡을곳이 없다.

여러 순간에서 나무님은 주로 내편에 있었고, 늘 듬직했고 의지가 되는 사람임을 느낄수 있었다. 게다가 사교성이 좋아 현지인이나 여행객과 대화자리를 잘 마련했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정치나 복지같은 국가적인 사항까지 두루 이야기를 잘 끌어가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무님은 다툴때도 이성적으로 대화하는 편이고, 덕분에 우리는 이제 거의 싸우지 않는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잘 알아주기도 하고, 또 내가 좋아하는것을 미리 찾아두었다가 여기가자! 하고 감동시키기도 한다.

역시 내가 참 좋은 남자랑 결혼을 헀음을 매일! 느낀다.

 

1년간의 여행은 나에게 한편으로는 꿀같은 연애였다.

남들보다 짧은 연애기간, 정신없이 바쁘게 치른 결혼에 여행 출발 일주일 전까지 서방님은 12시를 넘겨야 퇴근했다.

같은집에 살고 있나 싶을만큼 얼굴 볼새가 없었다. 근데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는 당최 떨어질 틈이 없는게다.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든 이후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 했다. 함께 요리를 하고, 얼굴을 마주본채 모닝커피를 마시고, 나란히 앉아 빨래를 개고, 서방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길을 걷고..  언젠가 우리 삶이 단순하고 무미건조해지는 날이 오더라도 서방님과 함께 있기만 해도 좋았던 지금을 떠올릴테다.

 

 

 

우리는 돌아가서도 부모님이 원하는 그런 삶을 살지 않을수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지금까지 내가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라고 생각했던 형식으로는 살지 않아도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방님도 내편을 많이 들어준다. (집지어줘! 이런거?) 확실한것은 우리가 어떤식으로 살던지 가장 소중한것은 잊지 않고 살 수 있을것 같다는것.

그리고 여행다니며 얻은 감사함을 모아, 앞으로 남은 시간들은 고마움을 남에게 갚으며 살고 싶다.

 

 

 

여행을 떠나고픈 사람들에게

한참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드라마 미생에서 최전무가 무리한 중국 사업이 문제가 되어 좌천될떄, 땅에 발을 붙이고 구름너머 하늘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여행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물론 여행은 현실의 고단함을 잊는 도피처가 될수 있다. 잠깐 무거운 마음을 훌훌 털어버릴수도 있지만, 돌아오면 다시 그자리의 현실로 가야한다. 자랑성, 도피성 여행보다는 현실에 발을 붙인채 다녀와야 현실로 돌아갔을때 덜 허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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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부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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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이면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여행하면서 사진 이상의 느낌들을 블로그에 남기고 싶었지만

게으른 성격에 영감을 얻고 생각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부족한탓에 마지막 날의 느낌이라도 기록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다행인것은 돌아가는 날까지 크게 잃어버리거나 다치는 일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세상이 그만큼 안전하거나 대비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악의보다는 선한 본성으로 여행자들에게 호의를 배풀기 때문입니다. 

관광지의 바가지와 불친절을 경험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항상 친절했으며 아무 이득이 없어도 우리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들에게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선한 본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울수 있었습니다.

직접 마주쳤던 모든 이들과 여행객이 무사히 머물다 갈수 있게해준 그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나와 일년동안의 여행을 함께해준 짝꿍, 내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그녀는 나의 짜증, 화, 불평불만, 억지, 우기기, 삐짐, 준비부족, 저질체력, 식욕, 술욕심, 무리한 일정짜기, 등

모든 안좋은 점들을 그대로 받아줬습니다.

짐을 너무 잘싸서 짐싸기의 달인, '짐달'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는데

그만큼 내가 짐싸고 정리하는데 게으르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여행때문에 나중에 그녀 몸속에서 사리하나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일 고마운 점은 일년동안의 여행에서 모든것을 함께 했다는 것입니다.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순간순간을 함께 했을뿐만 아니라

요리를 함께하고, 빨래를 같이하고, 여행계획을 세우고, 길을 찾아 해매이고, 모든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워낙 첫눈에 반해 번개같은 결혼을 하고 지금이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로 일년간의 여행을 떠났는데

마치 1년동안 그동안 못한 데이트를 몰아서 한것 같은 기분입니다.

서로를 더 잘 알게되었고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여행을 허락해준 가족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불과 2년전 아내를 처음만날 때만 하더라도 세계여행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상상해본적이 없었습니다.

결혼을 하게되면 직장을 옮겨야 겠다는 막연한 목표가 있었고 결혼 후 생각해보니

이왕 회사를 관두는 시기에 1년간 여행을 떠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떠올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일해야할 나이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기에

짧은 휴가처럼 흥청망청 소모하고 즐기는 관광을 하기는 싫었습니다.

우리가 꼭 보고싶었던 세계의 풍경들을 찾아가는 것 뿐만아니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 다양함을 한국으로 가지고와 우리 삶에 더한다면 더 풍요롭게 살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그들의 삶을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비용을 절약하기 선택한 민박집이 호텔보다 항상 현지인을 더 쉽게 만날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호의와 서로에 대한 호기심덕분에 우리는 항상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배울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기억들은 우리에게 천금같은 재산이 될것입니다. 


사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여행을 무모하다 걱정하던 사람들에게

일년동안 우리가 배워온것이라며 말할 것들이 많이 있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지금 알게된것은 일년간의 여행이란 어떤 형태라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배우는 것은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시작하기전에 알수 없는 그 크기를 어리석게도 미리 가늠하려하고 걱정 했다는 생각이듭니다.


새롭게 알게되고 느낀 점들을 다 적으려면 여행의 하루하루를 다시 복기해야 할것같아

한가지만 적는다면 나자신에 대해서 많은 점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깊은 산속의 유명한 장소를 어렵게 찾아가다보면 처음에는 경의로운 자연의 모습에 감동하다가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하고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구나 하면서 감흥이 점점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목표가 있으니 끝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계속걸으면

왠지 수도승이 된것처럼 온갖 잡생각이 떠오릅니다.

내가 이고생을 왜 사서하고 있나 부터해서 과거에 있었던 나의 행적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먼저 부끄러운 내가 보입니다.

그는 오만하고 잘난척을 좋아하며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만 끝까지 책임지지 않습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던 쉽게 뱉은 말들, 오해를 살만했던 행동들,

귀찮다는 이유로 어려운 상황에 빠진 이를 방관했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부끄러움에 혼자 얼굴이 빨게집니다.

나같은 놈이 세상에 필요할까라는 수준까지 도달하면 자연스레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내가 잘했던 것은 무엇일까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앞의 부끄러움 덕분에 좀더 거품이 빠진 나 자신이 그대로 보이는것 같습니다.

내 잘못을 제일 많이 꾸짓고 반대로 변호해야 할 사람은 결국 나고

잘한 것에 제일 많이 칭찬 해주어야 할 사람도 결국 나입니다.

잘했던 못했던 나 자신을 제일 많이 이해해고 사랑해야 할사람도 나인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예쁘고 착한 아내가 옆에 같이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잘살아왔구나 결론지을수 있습니다.


몇일이 걸려 결국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유명한 장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동안의 고생은 잊혀지고 자연, 신 또는 인간이 만들어낸 작품에 감탄하고 또 감탄하게 됩니다.

한참을 멍하니 보고 있다보면 나의 소소한 과거의 고민들이 작고 하찮게만 느껴집니다.

세상은 이렇게 깊고 거대하며 아름다운데

난 조금이라도 남보다 나은게 있으면 그렇게 잘난척을 했구나

조그만 이득을 얻고자 그렇게 남을 밟고 올라가고자 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겸손이라는 것은 여행을 통해서 배우기 좋은 덕목인것 같습니다.

내가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위라는 것을 떠나봐야 알수 있는 거죠.


[안나푸르나의 마추푸추레, 부처님의 모습이 숨겨져있다고 합니다.]


저는 여행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처럼 말하는게 싫습니다.

여행을 가면 고민이 해결되고 모든 행복이 여행지에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 싫습니다.

문제, 모순은 여행지에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고향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 말한데로 곰곰히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줄수는 있으나 그곳에서 얻은 결론이 돌아가서 답이 될지 모르고,

오히려 여행지에서는 다른 환경과 풍족한 상황에 고민은 잊고 즐기다가만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단지 머리를 잠시 비우는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할수도 있고,

살던 곳에서 얽매여 있던 관습과 구속, 일 스트레스 등에서 벗어나

마음속의 자유와 여유를 얻는다는 것도 장점이라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 평화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의 답은 아닙니다.

일주일간의 여행의 즐거움을 위해 일년간을 지옥처럼 산다는것은 옳바른 것일까요?

왜 우리는 여행을 갈때만 행복해져야 할까요?

진짜 도전과 모험은 내가 살고 있는곳에서만 할수 있습니다.

진짜 큰 행복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속에서 찾아야합니다.


일년간의 여행에서 얻은 에너지로 10년을 지옥처럼 살 생각으로 여행을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5년의 시간을 투자한 안정된 직장을 관둔다면

실업률 높은 한국사회에서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다시 하게 되더라도 내게 필요한 만큼 돈을 받을수 있을지,

더 힘든 일을 하지는 않을지,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키우는데 필요한 돈을 충분히 벌수 있을지,

돈이 행복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미래를 걱정하다보니

고민을 가장 잘 이해할 것 같은 사람과 결혼을 하게되었고

고민에 도움을 얻고자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은 적어도 세상을 좀더 넓게 볼수 있게는 해주니깐요.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수 있을까 고민해봅니다.

네가 살고 있는 곳은 지옥이며 난 천국을 보고 왔다고 거짓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친구들과 내가 동시에 만나고 있는 삶의 과제와 세상의 모순들을

내가 가지고 있는 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할수 있다면

좀 더 의미있고 진솔한 대화가 될수 있을겁니다.



돌아갈 비행기를 하루앞둔 지금,

걱정보다 돌아가서 하고싶은 일들이 생각나 마음이 설레입니다.

학교를 졸업할때처럼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

이걸 희망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세계여행은 끝났지만 진짜 인생의 여행은 이제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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