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마치며 2015. 01. 11.

 

이 글의 제목은 노래 뮤지컬에 맞춰 가사를 불러야 한다. 여행이 끝나고 난뒤~♪

그렇다. 여행이 다 끝났다.

여행 막바지에 이르자 잘 버텨주던 양말들은 이제 할일을 다 했다는 듯이 딱 두켤레만 남겨놓고 죄다 구멍이 나버렸다. 남은 두켤레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구멍이 나려나..

여행기간동안 들고다닌 보약과도 같았던 한식도 다 먹었다.

가족에게 드릴 선물도 샀고, 돌아가서 들을 잔소리와 한국식 삶에 뛰어들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다.

 

지금은 이렇게 여유 만만이지만 처음 여행을 시작할때는 두려웠다.

큰맘먹고 시작한 여행인데, 수천만원짜리 돈지랄로 끝나게 될까봐.

내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채 '일년 자알~ 놀았다' 정도로 여행을 마무리하면 안된다는 부담감에 새로운 장소에 갈때마다, 도시를 옮길때마다  여기서 나는 무엇을 보고 느꼈는가를 생각하고 기록하기 위해 노력했다.

 

두세달이 지나고 나서, 정말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는걸 깨달았다. 나는 연수를 온게 아니고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딱히 고민하지 않아도 새로운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생활방식은 신선한 자극이 되었고, 그 시간들이 누적되면서 여행은 공부가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달까..

 

역설적이게도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알게된건 나 자신인것 같다.

오랫동안 험한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타고 스무시간씩 이동을 할때 문득문득 과거가 튀어나와 생각을 붙잡았다. 여행지에서 다양하게 만나는 당황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볼때도 그렇다.

치졸하고 쪼잔하고 부끄러운 과거의 나를 지워버리고 싶다가, 찌질했던 과거의 내가 쌓여 지금의 내가 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가서 다시 살아보라면 되돌아가고픈 생각은 없지만, 과거와 같은 찌질함은 반복하지 않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지.

 

반면 서방님은 도대체 흠잡을곳이 없다.

여러 순간에서 나무님은 주로 내편에 있었고, 늘 듬직했고 의지가 되는 사람임을 느낄수 있었다. 게다가 사교성이 좋아 현지인이나 여행객과 대화자리를 잘 마련했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정치나 복지같은 국가적인 사항까지 두루 이야기를 잘 끌어가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무님은 다툴때도 이성적으로 대화하는 편이고, 덕분에 우리는 이제 거의 싸우지 않는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잘 알아주기도 하고, 또 내가 좋아하는것을 미리 찾아두었다가 여기가자! 하고 감동시키기도 한다.

역시 내가 참 좋은 남자랑 결혼을 헀음을 매일! 느낀다.

 

1년간의 여행은 나에게 한편으로는 꿀같은 연애였다.

남들보다 짧은 연애기간, 정신없이 바쁘게 치른 결혼에 여행 출발 일주일 전까지 서방님은 12시를 넘겨야 퇴근했다.

같은집에 살고 있나 싶을만큼 얼굴 볼새가 없었다. 근데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는 당최 떨어질 틈이 없는게다.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든 이후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 했다. 함께 요리를 하고, 얼굴을 마주본채 모닝커피를 마시고, 나란히 앉아 빨래를 개고, 서방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길을 걷고..  언젠가 우리 삶이 단순하고 무미건조해지는 날이 오더라도 서방님과 함께 있기만 해도 좋았던 지금을 떠올릴테다.

 

 

 

우리는 돌아가서도 부모님이 원하는 그런 삶을 살지 않을수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지금까지 내가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라고 생각했던 형식으로는 살지 않아도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방님도 내편을 많이 들어준다. (집지어줘! 이런거?) 확실한것은 우리가 어떤식으로 살던지 가장 소중한것은 잊지 않고 살 수 있을것 같다는것.

그리고 여행다니며 얻은 감사함을 모아, 앞으로 남은 시간들은 고마움을 남에게 갚으며 살고 싶다.

 

 

 

여행을 떠나고픈 사람들에게

한참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드라마 미생에서 최전무가 무리한 중국 사업이 문제가 되어 좌천될떄, 땅에 발을 붙이고 구름너머 하늘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여행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물론 여행은 현실의 고단함을 잊는 도피처가 될수 있다. 잠깐 무거운 마음을 훌훌 털어버릴수도 있지만, 돌아오면 다시 그자리의 현실로 가야한다. 자랑성, 도피성 여행보다는 현실에 발을 붙인채 다녀와야 현실로 돌아갔을때 덜 허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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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부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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