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없이 현재를 즐기며 미래에 대한 고민없이 사는 사람을 아내와 나는 '히피'라고 부른다. 우리가 여행자여서 그런지 그런 젊은 서양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우리는 그들을 통칭해서 '히피'라고 부르기로 했다.
지금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의 집주인을 우리는 특별히 '늙은 히피'라고 부른다.
많은 한국 남자 대학생들이 수능끝나고 철없이 놀다가 군대 다녀온 뒤에 정신차리고서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평범한 삶을 사는것처럼 서양의 어린 '히피'들도 나이가 들면 결혼하고 직장을 갖고 살겠지만,
나이가 먹어서도 파티와 유흥을 즐기며 제멋데로 사는 사람을 우린 '늙은 히피'라고 부른다.
'늙은 히피'의 삶에도 돈은 중요하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그녀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짤렸다고 말했고 누군가의 가방을 주워서 보관하고 있는데 돈을 주지 않아 그에게 안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초면에 왜 이런것까지 얘기하시나 하면서 흘려들었고 두번 세번 반복된 후에도 아내가 방값을 빨리 달라는 말이 아닐까 할때도 설마 그럴리야 했지만,
일주일 방값을 지불하자 마자 그녀가 장을 보는 것을 보고 그녀의 자금 사정을 추측할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녀를 비난할 만한 위치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인생에서 가장 일에 몰두해야 할 나이에 우리는 여행을 떠났고
그녀와 우리가 '히피'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곳 멕시코, 플라야 델 까르멘에서 만난 이유가 그녀와 우리 모두 다 '늙은 히피'이기 때문이 아닌가?
이번 일년간의 여행이란 나에게 평범한 직장인으로 늙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하나의 선언이기도 했다.
그녀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혹은 고향으로 돌아가면 언제든지 안착할수 있는 집이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추측과 달리 자금사정에 충분한 여유가 있을수도 뛰어난 능력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다.
영국 웨일즈의 피터 아저씨처럼 60이 넘는 나이까지 그는 자유로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면서도 그의 삶을 자산으로 보통의 직장인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그를 '성공한 늙은 히피'라고 부를수도 있겠다.
돌아가서의 우린 어떻게 살게 될까?
지금 우리는 비어가는 통장잔고를 어떻게 채울것인가에 대한 고민밖에 없고 애낳고 애가 다 자랄때까지 남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할수도 있다.
체질상 늦게 일어나고 계획없이 사는것도 좋아하지 않아 히피의 삶을 그리 즐기지 못할것같기도하다
멕시코시티와 플라야델 까르멘의 중간, 이곳 멕시코와 바쁘게 살았던 지난 서울에서의 삶 중간에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있기를 소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