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 무사의 페트라 게이트 호텔은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최저가 숙소입니다.

지금은 발렌타인 여관(Inn)이라는 대형 도미토리에 밀려 1위자리를 내어주긴 했지만 아직도 하루에 5~6 개의 방은 채워지는 인기있는 숙소이지요.

우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싼 방을 얻었습니다.

요르단의 물가가 우리나라 여행지처럼 부담되는 정도는 아니지만 10일 동안 입장료, 비행기표 등으로 큰돈이 들어가 먹는것과 자는것으로 아끼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방의 가장 큰 불편함은 화장실인 것 같습니다. 3평짜리 공간에 나중에 덧붙여 만들어진듯한 공간에는 문이 없고 가림막으로만 가려져 있습니다.

우리처럼 둘이 사용해야 할경우 상대방의 불편한 소리를 그대로 들을수 있는 구조인것이죠.

다행히 따뜻한 물은 나오지만 수도꼭지가 고장난 것인지 물을 아낄려고 하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압은 한국에 있을때보다 3분의 1정도이고,

그것도 사람들이 샤워를 많이 하는 저녁시간을 피해야 합니다.


무슬림은 하루에 5번 기도하는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맞는것인지 모르겠네요.

방 바로 앞의 모스크에서는 확성기로 기도시간을 알려주는데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지만 너무 자주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해가 뜰때 '알라~'로 시작되는 찬양가로 잠을 깨우면 이슬람에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무슬림 마을이라 당연한 것이겠지만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모스크가 왜 호텔 방 바로 앞에, 그 사이에 아무런 가림막도 없이 있는것인지,

론리플래닛 가이드북에는 왜 아랍권 나라에서 숙소를 구할때 모스크 바로 앞에 있는 호텔은 잡지 말라고 알려주지 않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3평짜리 공간에 맞출려고 했는지 창도 매우 작습니다.

우리나라 주택의 화장실창 두배 정도되는 크기로 화장실 앞에 하나, 모스크의 기도소리를 잘듣기 위한 용도인지 그쪽으로 2개가 있습니다.

여행중 가장 짜증나는 것중의 하나가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지만 이 창에는 흔한 방범장치도 벌레를 막기 위한 방충망도 없습니다


하지만 페트라 게이트 호텔은 우리처럼 돈을 아껴야 하는 배낭여행자에게는 꼭 필요한 매력적인 숙소입니다.

나중에 우리처럼 이곳을 방문할 여행객을 위해서 이 호텔을 이용하는 몇가지 팁을 알려주고자 합니다.


우선 상대방이 화장실을 사용할때에는 음악을 틀어놓으면 됩니다.

여행자라 시간이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바뻐서 미리 들으려고 핸드폰에 넣어둔 노래 한번 재생하기 쉽지 않습니다.

짐을 다 진 상태로 버스정류장에서 30분을 걸어 찾아온 숙소에

미처 짐을 다 풀어놓지도 못하고

싼 가격만큼 부족했던 저녁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아는 사람 하나없는 조그만 공간속에 혼자 앉아서

고향에서 즐겨듣던 노래를 한달만에 들을 땐,

다른 생각은 안나고 상대방과의 좋은 추억만 떠오르게 됩니다.


해가 뜰때 '알라~' 노래가 나오는 것은 어찌 할수가 없습니다. 여행지에서만큼이라도 아침형 인간이 되는것도 좋겠지요.

하지만 그것도 3일이 지나면 핸드폰 알람처럼 못듣고 자게 될거니 아침 6~7시에만 있는 유일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자 할때는 기도소리 듣고 깨겠지 하면 안됩니다.


반대로 저녁에 나오는 2번의 기도소리를 놓치면 안됩니다.

무슬림이 되서 기도를 하라는것이 아니라 건너편에 있는 거대한 바위(그리스어로 페트라) 사이로 해가 지는 풍경을 볼수 있기 때문이지요.

붉은 태양이 2000년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붉은 바위 사이로 천천히 잠깁니다.

무슬림의 찬양가를 처음들었을때 확성기의 볼륨이 너무 큰것이 아닌가 놀랐지만

뜻을 알아들수 없는 그 노래가 노을과 함깨 들릴때는 우리나라의 슬픈 창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너편 마을 모스크의 저음의 엄숙한 목소리와 가까운 모스크에서 들리는 고음의 슬픈 목소리가 어울어져 다른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도 합창처럼 들립니다.



그리고 더 늦은 시간 다시 신을 위한 노래소리가 흘러나올때에는 모스크쪽을 바라보십시요.

언덕을 따라 올라간 마을의 야경은 또다른 감성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언덕 위에 별들이 빛나고 있고 그중 일부는 이 언덕에 내려와 빛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4일째 되는날 와디럼 사막에서 1박의 캠핑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같은 방에 묵게되었습니다.

돌아오는 날이 휴일이라 암만으로 올라가는 차가 없다는 것을 왜 출발하기 전에는 알려주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2배 가격의 사설버스를 이용할수는 없으니 하루 더 머물수 밖에 없습니다.

차가운 모래 바람과 건조한 밤으로 지친 몸을 따뜻한 물로 씻고 창을 열면

반지하 구조에 고여있던 습한 기운이 빠져 나가고 좁은 창사이로 따스한 봄공기가 들어옵니다.

페트라로 향하는 태양의 뜨거움은 방을 데울만큼만 적당히 들어오고 잠시 들어왔던 파리도 먹을게 없는걸 눈치챘는지 금방 나가버립니다.

몸이 풀어지고 눈이 감기니 어제밤 사막하늘 위에서 쏟아지던 별들이 다시 생각납니다.

어느새 몸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고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들어가 우주를 여행하려는 순간

다시 '알라~'로 시작되는 노래가 들리면서 깨어납니다.

알라신은 아직 나의 유체이탈을 원하지 않는가 봅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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