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향해 출발할때, 우리는 설레었다. 드디어 영어가 통하는 나라로 간다!

런던에 도착해서 센터로 가는 공항버스에서 밖을 내다보며 실로 당황스러웠고 여기가 진정 런던인가 싶었다.

 

길거리에 씌여있는 글씨는 하나도 모르겠고,

백인은 거의 없고 유색인종이 대부분이고, 모스크와 모스크에서 나오는 무슬림이 거리에 가득했다.

대체 진짜 영국인은 어디있는거야?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가끔 현지인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되면 처음 런던에 도착했을때의 느낌을 얘기하며 '너희는 정말 서로 조화롭게 잘 사는것 같아' 라고 말했지만 그게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은 아니었다.

 

영국에 온지 한달. 영국 미들랜드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나무의 바램으로 오늘 런던에 pride parade를 보러다녀왔다.

퍼레이드 시작 전부터 참여자들이 이동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고,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그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환호를 보내는 모습이 보인다.

 

퍼레이드 시작지점. 독일 노동절 축제에서처럼 완전히 길을 봉쇄해서 차들이 다닐수 없고 아쉽게도 술은 안팔지만 나같은 외국인에게도 스티커와 깃발, 호루라기 등을 나누어 주고 음악과 함께 춤을 추면서 축제가 시작된다. 거리 곳곳에 행사 진행요원과 경찰이 배치되었다.

 

그런데 경찰 모자에도 LGBT스티커가 붙어있다. 관광객과 함께 사진도 찍어준다. (물론 전혀 관심 없는 근엄한 경찰도 있지만)

 

 

나는 오늘, 내가 처음 런던에 도착해서 현지인들에게 했던 말, 너희는 정말 조화롭게 사는것 같아.를 이제는 정말 진심을 담아, 부러움에 가득찬 표정으로 말하게 될것같다. 너희는 정말 조화롭게 사는것 같아. 소수집단을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영국을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드는것 같아.

 

한국에서 아직도 게이퍼레이드를 놓고 유명 정계 인사들의 "나라가 망해갈 징조" 따위의 발언을 하는 것과 비교해 볼때, LGBT 스티커를 모자에 붙인채 근무중인 런던 경찰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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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0) 2014.07.05
Posted by 바람부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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