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필요한 오너쉽, 존중받아야 한다. 2014.07.05
런던에서 마침 유럽여행을 온 사촌동생들을 만났다. 그애들은 여행을 시작한지 일주일쯤 된것같다. 얍실하지 않고 통통한 우리쌀! 로 지은 쌀밥을 너무 먹고싶다기에 내가 묵는 숙소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 동생들을 데려다 저녁을 해먹였다.
동생들을 배웅하고 집에 가는길. 두세정거장쯤 되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밤이 늦어 으슥하지만 관광지가 아닌 주거지 마을이고, 마침 버스 출발시간이 5분 뒤였으니.
버스가 차고지에서 나오는 시작지점이라 정류소에서 그냥 버스 문을 열어줄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버스 기사아저씨는 버스에 앉아 서류정리중이었고, 별 문제는 없을것 같았다.
잠시후. 노숙인같아보이는 사람이 오더니 흑인 특유의 랩하는듯한 말투로 말을 건다.
아.. 무슨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ㅠㅠ 파든?
다시 랩을 하며 두손을 모아 뭐라고 하는데, 월렛이랑 머니 빼고는 아무것도 못알아들었지만 무슨말인지 알겠네.
쏘리. 우리도 지갑 안가져왔어. 교통카드밖에 없어.
그는 순순히 알았다고 대답을 하더니 갑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아.. 이때 진짜 심장 떨어지는줄 알았다.
나는 간절한 표정으로 얼릉 버스기사 아저씨를 돌아보았다.
그분은 애초부터 우리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걸 알고 있었다.
아저씨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리 오라고 손짓하고는 버스 문을 열어준다.
땡큐.
그순간 우리에게 돈을 달라던 사람이 올라타 나보다 먼저 버스 안으로 들어간다.
맙소사, 저사람이랑 버스 같이타야 하나 싶은 그순간, 기사아저씨가 그를 다시 불러 앞으로 오라고 하더니, 내 버스에서 구걸하지 말라고 단호히 말한다.
그는 순순히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뒤로 가서 앉았다.
이 장면이 내가 여행중 인상깊게 기억하는 순간중 하나다.
심쿵해서 기억하기도 하지만, 그순간 버스 기사아저씨가 가진 권위를 느낄수 있어서였다. 그분은 그 버스가 운행되는 동안만큼은 그 버스의 주인이었고, 승객인 우리는 그의 말에 따라야 한다.
한 영역을 책임진 자의 권위는 소소하게 종종 느낄수 있다. 학교 교사의 권위(매로 다스려 어거지로 만든 권위 말고)라던가 하는것들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업무영역을 책임지고, 그에맞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나는 저 순간 버스아저씨가 가진 권한과 책임을 느꼈고, 그 체계가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으니 방어적인 행동이 늘어나고, 그게 사회를 불편하게 만들어내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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