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여행 Tree

안나푸르나의 은둔고수 축지법 쓰신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3. 15. 01:35

고레파니에서 타다파니로 가는길을 눈때문에 너무 미끄러웠다.

걷는것을 포기하고 썰매처럼 미끄러지기를 선택하는 구간이 가면갈수록 많아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묵묵하게 말한마디없이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

우리 포터인 비슈누씨.

내가 하도 자주 넘어지니까 내앞에서 눈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 시범을 보여주신다.

짧은 보폭으로 제자리를 뛰기를 하듯이 빠르게 눈길을 내려간다.

따라하려다가 한번더 넘어진다.

언젠가 '세상에 이런일이'에서 본 은둔고수가 생각났다. 자신이 축지법을 개발했다면서 가파른 산길을 요상한 발걸음으로 빠르게 내려가는 것을 보여줬다.

에베레스트의 동쪽마을에서 왔다는 비슈누씨에게 그정도는 애들 장난으로 보인다.

아니 비슈누씨 뿐만이 아니라 이곳의 모든 포터들은 자기의 몸집만한 짐을 들고 안나푸르나 산을 뛰어 다닌다.

스니커즈를 신고 해발 4000미터의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5000미터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로 관광객의 짐을 나른다.

내가 계약한 3시스터즈 트래킹 에는 다행히 13kg 이라는 포터의 무게 규정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트래킹 회사에는 그런 규정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포터는 네팔인들의 주요수입원 중에 하나.

스니커즈에 20kg 가 넘는 포터는 얼마동안 일을 할수 있을지, 다쳤을때 회사에서 그 사람들을 얼마나 보상을 해줄지, 은퇴한 뒤에 삶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누군가의 여행이란 누군가에게는 삶.

여행후의 삶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것처럼 여행자의 즐거움이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